등불 하나
도나리 카즈토
고즈넉한 도시의 그림자 속
나는 이름 없는 바람처럼 떠돌았네
모래알 같은 존재,
손끝에 닿기도 전에 흩어질 것만 같은 나
비는 말없이 내렸고
소복이 젖은 어깨 위로
길 잃은 마음은
표정 없는 거리의 틈을 헤맸네
그때,
으리으리한 건물 숲 아래
낡은 처마 끝에서
작고 흔들리는 불빛 하나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린 듯
문틈 사이로 스며든 온기
그 속에서 내민 손길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건넸고
김 오르는 찻잔 속
이름 모를 당신의 따스함이
시린 나를 녹였네
언어는 다르되
눈빛은 같은 온도를 품었고
그 진심은
내 삶에 드리운
긴 그림자를 하나씩 걷어냈네
이제 나는
외로운 이방인이 아니네
당신이 건넨 등불 하나로
이 낯선 땅은
나의 집이 되었고
나 또한
누군가의 길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되기를
조용히 마음에 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