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와타나베 미에

너는 무적의 털실뭉치
튀어 오르고 긁어대고 날아다녀
모든 가구에 세 줄 무늬
바람의 상징 새겨 넣고
바닥에 드러누워 뻔뻔한 얼굴

너는 무적의 털실뭉치
잡지 신문 키보드
한번 시선을 뗐다면
너의 영토로 변해버리네
빼앗는 자에게는 용서 없이
유백색의 이빨을 드러내

너는 무적의 털실뭉치
미끄러지듯 안기는 걸 피해 가고
뺨을 비비면 밀쳐내며
빛나는 일격 바디블로
수많은 장난감엔 눈길도 주지 않고
노리는 건 창가의 보스 까마귀

넌 무적의 털실 공
가슴에 박힌 가시가 아직도
아픔을 내뿜는 밤도 있어
혼자 방에 고개 숙이면
어디선가 다가오는
따뜻한 털 결에 기대어
다리에 감기는 열쇠 꼬리
넌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지금은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가 된 너에게
안녕을 말한다
잘 먹겠습니다를 말한다
다녀오겠습니다를 말한다
다녀왔습니다를 말한다
잘 자요를 말한다
네 몸을 지키는 항아리는
초여름의 부드러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언제까지나
얼마나 시간이 흘러도
너는 무적의 털실 공
나의 소중한 털실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