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 내게 남긴 것

  한국에 유학하기 전, 나에게 돌아갈 곳은 언제나 일본뿐이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가족이 보고 싶고, 일본 음식이 너무 그리워서 ‘빨리 일본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날도 많았다. 시험 기간에도 달력을 보며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세었고, 엄마가 보내 준 집밥 사진을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다.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조금 더 기다리면 만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다.

  드디어 일본에 돌아온 날,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반가웠다. 익숙한 일본어 안내 방송이 들리고, 매일 보던 편의점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현관문이 열리자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우리 집 강아지가 미끄러질 듯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반가움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날 저녁, 식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 차 있었다. 한국에서는 혼자 대충 끼니를 해결하는 날도 많았는데,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 준 밥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다. 아무 말 없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한국에서 혼자 지낼 때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이었다.

  일본에 돌아온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편안했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예전에 나라면 일본에 돌아온 순간부터 다시 한국으로 갈 날만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일본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서울에 있는 내 방이 떠올랐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자취방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매일 아침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쉬던 공간이었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시험공부로 밤을 새우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그 방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서의 일상은 어느새 너무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아침마다 친구와 함께 타던 학교로 가는 버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오늘 뭐 먹을래?” 하며 웃던 시간, 밤늦게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들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 시험 기간이 되면 친구들과 카페에 남아 밤늦게까지 함께 공부했다. 공부에 지칠 때면 피자나 디저트를 시켜 먹으며 잠깐 숨을 돌렸고, 나는 늘 아샷추를 한 잔 시켜 놓고 “이번 시험만 끝나면"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결과가 어떻든 그 시간을 함께 버텨 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힘든 하루도 견딜 수 있었다. 그때는 너무 평범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일본에 돌아와 보니 가장 먼저 그 평범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한국은 더 이상 ‘유학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어느새 한국은
  나에게도 돌아갈 곳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일본에 있으면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있으면 일본이 그립다. 예전에는 ‘돌아갈 곳’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학은 나에게 또 하나의 돌아갈 곳을 선물해 주었다.

  일본에는 가족과 강아지,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익숙한 일상이 있다. 한국에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온 새로운 일상과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서로 다른 두 나라이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조각이 되었다. 유학은 나에게 언어나 지식보다 더 큰 것을 남겼다. 그곳은 어느 한 곳에 완전히 속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그리움조차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그 그리움이 나를 힘들게 할까 봐 두려웠지만, 지금은 그만큼 내가 사랑하는 곳이 늘어났다는 뜻이라는 걸 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일본뿐이었다.

  이제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나는 같은 말을 한다.
  “다녀왔어.”

데즈카 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