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의 편지

  어렸을 때 나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았다. 밤에 잠들고 다음 아침에 일어나면 어린이방에 선물을 놓여 있었다. 나와 여동생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 생각에 무척 기뻤다.
  받고 싶은 선물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주셨다. 아직 집에 검은색 전화기가 있던 시절이었다. 거실에 있던 전화대 앞에서 아버지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주스를 놓아 둔 적도 있었다. 가끔 우리는 테이블 위에 주스나 과자를 두고 잤다. 아침이 되면 그것들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동생은 선물로 인형을 받았다. 당시 인기가 많았던 머리를 자를 수 있는 인형이었다.
  나는 아마 쿠피 연필이었는지 물감 세트였는지... 뭔가 그런 것을 받았다. 동생보다 먼저 성장한 내 나이에 맞춘 멋있고 호화로운 선물이었다. 하지만 나도 인형을 받고 싶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는 아직 크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후일 나도 부모님이 같은 인형을 사 주셨다. 그때 동생은 작은 장난감을 사 줬던 걸 기억하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와 주셨던 해는 내가 아홉 살 때였다. 그해에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편지를 주셨다.

  “너희들이 아직 밀크를 마셨을 때부터 매년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너희에게 찾아왔어요. 그리고 두 분이 편안하게 잠든 얼굴을 보면서, 일 년이 지나 또 이렇게 많이 자랐구나 하고 안심하며 선물을 놓아두었어요.
  오늘 밤 침대를 내려다보면서, 이제 이 아이들은 충분히 성장했다, 벌써 괜찮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내년부터 나는 여기에 오는 걸 그만두겠어요. 선물은 부모님에게서 받아 주세요.”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특별한 선물을 줬다.

  “너희들의 마음에 작은 씨를 뿌려 둘게요. 씨앗은 각자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이에요.
  첫 번째는 마음의 씨앗. 이 꽃이 배려와 친절이라는 훌륭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에요.
  두 번째는 힘의 씨앗. 무엇이든 스스로 힘으로 해보세요. 열심히 하면 너희는 할 수 있어요.”


  내가 어른이 된 후, 그때의 편지를 찾아냈다. 오랜만에 그 편지를 다시 읽어 보니, 분명 아버지의 글씨로 쓰여 있었다.

  어렸을 때 나는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로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신기하게도 지금은 어렸을 때보다 산타 할아버지를 더 가까이 느낀다.

  산타 할아버지라는 사람은 마법의 나라에서 살고 있고, 전세계 부모님이 그 일을 도와주고 있다. 동시에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부모님이 키워 가는 마법이기도 하다. 나도 아이들에 산타로 만날 어른이 돼서 다시 그렇게 생각한다.

  산타 할아버지와 우리 부모님은 함께 이런 마법의 씨앗을 주셨던 것 같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의 씨앗’. 무엇이든 내 힘으로 해 보는 ‘힘의 씨앗’. 두 씨앗을 받아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삶을 살아오고 있다.


  올해 봄에 이사했을 때 방을 정리했다. 산타 할아버지의 편지는 지금도 내 서랍에 있다.

  “나는 언제까지도 두 분을 멀리서 지켜보겠습니다.”
  그렇게 적어 주신 산타 할아버지는 반드시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작문을 쓰기 위해 산타 할아버지의 편지를 한국어로 옮겨 보았다. 옛날에 받은 말의 씨앗이 지금 새로운 말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에무라 준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