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대로라면 평생을 이 절망에 휩싸여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런 감정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얼마 전 나는 나가노현으로 혼자 여행을 가서 일본에서 가장 별빛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천공 투어'에 참가했다.
  광활한 주차장에는 곤돌라(별이 보이는 장소로 가려면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 부근까지 가야 한다)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렸고, 모두들 아직 보지 못한 별들을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여행은 원래 나가노현 출신의 전 연인과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다.
  "다음에 데려다줄게"라고 그녀가 예전에 했던 그 한마디가 시간이 지나면서 내 가슴을 깊게 파고든다.
  우리가 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작년 10월경. 결혼관 차이로 원만하게 헤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고, 이렇게 홀로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나가노현까지 오게 된 것이다.
  줄을 서다가 문득 그녀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미 끊어진 빨간 실을 열심히 새끼손가락에 감아보려고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만약 지금 그녀가 행복하다면

  문자를 쓰는 동안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마지막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나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SNS에 로그인해 그녀의 계정을 열었다.
  역시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와 모르는 남성이 환하게 웃으며 피스 사인을 하는 사진이 맨 위에 떴다.
  가장 행복하길 바랐던 사람이 정작 내가 모르는 곳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앉아야 할 자리가 없어진 것 같아서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나는 두려움에 떨며 그 사진을 탭 했다.
  사진과 글이 화면 가득히 표시되고, 나는 한 번에 읽지 못한 글자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으며 이해하려 애쓴다. 모래사장에 쓴 글자가 파도에 휩쓸리듯, 현실이 내 생각을 몇 번이고 밀려왔다가 지워지며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입적(결혼)했습니다!"

  겨우 이해한 그 한 문장으로 내 몸과 마음은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졌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져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갈 곳 없는 슬픔을 밖으로 내보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허무함만 머릿속에 남았다.
  12인승의 작은 곤돌라에는 젊은 커플, 아이와 함께 탄 부부, 노부부가 함께 타는 모습이 마치 내가 놓친 미래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곤돌라는 정상에 도착했고, 여름인데도 춥게 느껴지는 어두운 산속에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캄캄했다.
  여름 하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통 까맣고, 멀리서 안내원이 보이지 않는 별을 향해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며 지금 반짝이는 별은 먼 옛날에 빛났던 별이라고 설명했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계속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고, 어느새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나는 과거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처음으로 타인을 통해 맛본 외로움. 이에 대항하듯, 나는 계속 그녀와의 추억을 사진, 음악과 함께 되짚어보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내가 망가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며 나는 미용실 예약을 했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정기적으로 만나고 나를 이해해 줄 미용사라면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미용사에게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다들 별이 보였을지도 모르겠네. 너는 울어서 보이지 않았던 거고"
  미용사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왠지 모르게 구원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스스로 현실에 막을 씌워 보이지 않게 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그날 새로운 헤어스타일과 함께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잊을 수 없고, 잊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와 함께 보낸 찰나의 시간,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았다는 수천 년 전의 작은 별빛처럼 확실한 기억이 미래의 나를 조용히 구원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보내려던 글을 초안으로 남기고, 조용히 휴대폰 전원을 껐다.

마에하라 아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