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도서 : 피프티 피플
생에의 희망 “너라면 어떡하지?” - 52번째의 거주자로서 -
삶과 죽음이 때로 분명하고 때로는 암묵적인 양해 속에 담겨 있다.
처음부터 자기 죽음을 이유로 딸의 결혼식을 화려한 장례식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머니가 나왔다. 단숨에 이야기에 끌려 들어갔다. 서두부터 이 이야기는 삶과 죽음을 내세운 이야기한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슬플 텐데 신기하게 유머를 느끼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서서히 이건 혹시나 하는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삶과 죽음은 표리일체이고 바로 옆에 있음을 알게 된다.
동시에 아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기분도 들었다. 어, 누구였을까, 이 사람은? 라고 생각하면서, 이 책의 세계의 주민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누군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발견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안경 광고를 보러 온 네덜란드 인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바탕에 있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책에서 소개팅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의미는 남에게 애인 후보를 소개받는 것이다. 맞선보다 가볍고 앱에서 만나는 것 과도 다르다. 미팅과도 뭔가 다르다.
일본어에서는 그것을 나타내는 고유명사는 존재하지 않고 “친구로부터의 소개” 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소개팅' 가 하나의 말로 되어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그 말이 가진 의미와 내용이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데이트도 아니고, 맞선도 아니고, 약간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오늘은 그냥 소개팅 이야"라고 시원하게 전해 보고 싶다.
그리고 또 사람은 어디선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재인식시켜 주었다. 얼마 전 나는 역에서 1년 만에 중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평소에는 메시지를 전혀 주고받지 않지만 만나면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 다정한 친구 중 하나였기에 그날은 헤어진 뒤에도 기쁜 마음으로 지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에 나온 사람들도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인의 지인들과는 틀림없이 여러 번 엇갈렸을 것이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 된다. 연인 사이가 되면 그것은 빨간 실로 연결된 운명의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함께 일하게 되거나 여행지의 전철에서 함께 할 때 우리는 이것도 인연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생에 한 번뿐인 인연을 소중히 하다. 이것을 일기일회라고 한다.
51명의 이야기를 부감하고 하나님처럼 읽으면 각자 인연의 실을 연결하는 역할이 있는 것 같다. 반면 내가 52번째가 된 것처럼 읽으면 첫머리에 쓴 것처럼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 아는 사람과 엇갈리는 당사자의 기분이 든다.
사람의 역할은 그때 처한 상황이나 소속된 사회에서 달라진다. 미덥지 못한 아빠라도 회사에서는 믿음직한 상사일 수 있고, 직장이 강한 리더는 집에서는 아이에게 만만한 엄마일 수 있다. 즉, 마지막으로 극장에 있던 이들의 역할은 평소와는 다른 것이다. 그때만 거기서만 한정된 주위와의 관계성이 있다는 조건에서 이뤄지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각자 제 몫을 다하게 된다. 우리 독자는 결말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서로 눈짓하며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이 거기 보였다.
세월호 같은 뭔가 큰 사건 사고가 났을 때 멀리 있는 사람은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 미래를 바꾸는 큰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 그리고 그것이 크게 기울었을 때 비로소 그것이 불변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그 대표적 존재다.
작은 변화는 곳곳에 있고 사람은 작은 선택과 결단을 하루하루하며 살고 있다. 그것이, 나중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더라도, 눈치채는 경우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생에 '만약'은 없지만,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자, 어떻게 하지?'라는 가장 큰 '만약'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끝난다. 이 끝은 나에게 희망이다. 왜냐하면 죽는 방향이 아니라 사는 방향을 향한 긍정적인 물음이기 때문이다.
도리즈카 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