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간

  나는 한국에 유학을 하는 동안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그 고시원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이 살았는데 외국인은 나와 중국에서 온 남학생밖에 없었다. 그 남학생은 우연히도 어학당에서 같은 반의 친구였다.

  어느 날, 공동의 부엌에 갔더니 친구와 처음 보는 어르신이 친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인사를 하고 어르신께 긴장하면서도 자기소개를 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친구가 한국에 온 당초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 영어를 잘하시는 어르신이 같이 생활용품을 사거나 은행에서 계좌를 만드는 등 여러가지를 도와 주셨다고 했다.

  나도 이 만남을 계기로 어르신과 만나면 대화를 하는 사이가 됐다. 어르신은 내가 서툰 한국어로 말해도 항상 상냥한 표정으로 들어 주셔서 나는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한국어로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해주시는 어르신을 우리는 어느새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점점 친해졌다.   선생님이 여름이 되면 한국 사람은 삼계탕을 먹는다고 하시며 삼계탕 집에 데려가 주시거나, 시험이 끝나면 수고했다고 피자를 사주시고 집주인 분도 불러서 다 같이 먹곤 했다. 나는 이렇게 셋이서 지내는 것이 신기하게 즐거웠다.

  그런 나날도 순식간에 지나고 나는 한국을 떠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셋이서 서울에 관광하러 가자고 가고 싶은 곳을 접어 놓은 가이드책을 전해 주셨다. 책을 펴자 지하철의 시간이나 역의 이름 등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열심히 계획을 세워 주신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여행 당일, 나도 친구도 설레었다. 선생님의 계획이라면 한양도성에 갈 것인데 동대문역에서 시작해서 거리를 구경하고 마지막에 혜화문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출발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가니까 순식간에 역에 도착했다. 조금 더 걷자 마로니에공원이라는 예쁜 곳이 있었고 마침 전통무용을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었다. 나도 친구도 열심히 보면서 잠시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학로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혜화문으로 향했다.

  그 때 선생님의 발걸음이 조금 피곤해 보였다. 선생님도 낯선 길에서 긴 시간 외국인 두 명을 데리고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그래도 길을 물어보면서 열심히 안내해주시는 뒷모습과 길을 물은 노부부에게 “이 둘은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하러 왔고 오늘은 같이 관광하고 있어요.”라고 기쁘게 말씀하시는 얼굴을 보면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무사히 혜화문에 도착하자 친구는 아이처럼 혼자서 오르막길을 달렸다. 나와 선생님은 그걸 보고 웃었다. 해가 지고 성곽에 불빛이 켜지고 기분이 좋은 바람이 불고 있어서 계단도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위에서 본 서울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여기에 데려다 주신 선생님께 참 감사했다.

  귀국하는 날, 선생님은 공항버스의 정류장까지 나의 큰 짐을 같이 날라 주고 배웅 나와 주셨다. 선생님이 배가 고플지도 모른다고 하시며 빵과 우유를 나에게 주셨다.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챙겨 주신 선생님께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버스가 도착하고 올라타자 선생님이 “서로 잘 살자” 라고 하시고 굳게 악수를 나눴다. 버스 안은 조용하고 내가 우유를 마시는 소리만 울리고 왠지 더 슬퍼졌다.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른 세 명은 신기하게 무슨 인연에서 인지 같은 고시원에서 만나고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지금도 이 기억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 소중하고 떠올리면 행복한 기분이 된다. 그리고 같은 시간을 보낸 두 명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고 둘 다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란다.

호리우치 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