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나는 한 15년 전부터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있다. 사계절 내내 여러 가지 채소를 고집해 키운다. 먼저 한 가지 채소에 대해서도 몇 가지 종류를 재배하고 수확해서 먹어 본 다음에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채소만 재배하는 것이다. 재배 방법도 유기 농업으로 비료도 고집스럽게 선택한다. 유기농이라 잡초가 많이 나고 힘들어서 가끔 여동생이나 친구들이 도와주러 와 준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도 함께 와서 채소를 수확하거나 바비큐도 하면서 즐겁게 밭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아이들 중에는 피망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는데 우리 밭에서 수확한 피망은 달고 맛있다고 먹는 것 같다. 다른 아이들도 직접 수확한 채소는 맛있어 했던 것 같아서 다들 우리 밭 채소를 기대하는 느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도 자라서 조카가 약혼자를 데리고 밭에 왔다. 둘이서 감자 수확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 다음에는 아이가 태어나서 그 아이와 함께 왔다. 조카의 아이는 아직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안 그 옆에서 채소를 담는 큰 바구니 안에 들어가 놀았다.
그 다음에 그 아이가 찾아왔을 때에는 아장아장 걸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조카와 손을 잡고 아직은 큰 장화를 신고 밭에 들어가 걸었다. 그해 여름에는 아이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말도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조카의 아이와 함께 채소 수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가 갑자기 뭐라고 소리쳤다. 무슨 일 있냐고 가까이 가서 물어보니 "포도!"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 밭에는 포도나무가 없다. 그런데 또다시 "포도"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아이의 모습을 살펴보니 그 작은 손안에 덜 익은 초록색 방울토마토가 쥐어 있었다. 아무래도 나에게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포도가 아니라서 못 먹어."라고 말해 주었지만 "포도"라는 말을 반복하기만 할 뿐이었다. "안 돼. 포도가 아니라 토마토야. 초록색 토마토야."라고 설명했지만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가 그대로 손에 든 ‘포도’를 먹으려고 할 때, 조카가 다가왔다. 아이의 손안에 있던 초록색 방울토마토는 아이의 어머니가 빼앗아 갔다. 그 순간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아쉬워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지 말을 잘 듣고 있었다.
초록색 토마토를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그 작은 초록색 둥근 알갱이는 샤인머스캣으로 보였을 것이다. 아쉬워하는 듯한 그 표정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아이는 맛있는 포도를 못 먹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초록색 방울토마토를 포도로 착각하고 먹었더라면, 그토록 좋아하던 샤인머스캣도 방울토마토도 싫어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빨갛고 맛있는 방울토마토를 많이 먹게 해 줘야지.
하시모토 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