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누리세요

와타나베 미에

마음대로 살고 싶다
조금 졸린 듯
연두빛 빛의 입자로 가득 찬
노을이 지는 해안선을
감라스탄의 옛 거리를 걷다
길고양이처럼
마음대로 걷고
때로는 튀어 오르기도 하고
나는
기쁨을 내포한
한 장의 얇은 베일처럼
그저 관에 스며들고 싶다

마음대로 살고 싶다
누구의 통곡도 닿지 않을 만큼
높고 맑은 하늘 아래
찬송가를 부르는 소년의 곁에서
유화에 붓을 들이대고 있고 싶어
탁류 같은 구슬픔을
온몸으로 떠맡는 이젤에
무방비 상태로 다가오는 소년의
사선을 깊게 들이마신 소년의
부드러운 황금빛 곱슬머리
구원받을 인연이 존재해도 좋다

마음대로 살고 싶다
당신의 생명을
현세에 강하게 묶어
수많은 수많은 관을
모두 뽑아내어
당신의
느티나무 잎사귀처럼
차갑고 맑은 손바닥을
한 생각에
한 생각에
빼앗아
당신의
나의
우리들의
바다가 보이는
푸른 지붕의 집으로

하지만
넌 이제 없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바친 기도가
썩어가는 가슴 밑바닥에서 싹을 틔우기 때문에

나는 살리라

백 년 후 천계의 문을 지나
당신을 다시 만날 때
쫓겨나지 않게

마음대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