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신기한 안경
이케다 쿠레하
엄마는 늘 신기한 안경을 쓰고 계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안경이에요
신기한 안경을 통해 저를 보면
제가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걸었을 때
엄마가 신기한 안경을 통해 본 저는
마치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육상 선수였어요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응원해 주시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 주셨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렸을 때
엄마가 신기한 안경을 통해 본 제 그림은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작품이었어요
엄마는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보며 감동받고 계셨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장실에서 혼자서 응가를 했을 때
엄마가 신기한 안경을 통해 본 ‘그것’은
마치 해저에 가라앉은 황금이었어요
얼마나 빛이 나는지 엄마는 감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오랫동안 그것을 쳐다보고 계셨어요
엄마의 신기한 안경을 통해 저를 보면
제가 때로는 예쁜 공주님이 되고
때로는 멋진 슈퍼맨이 되고
때로는 약한 병아리가 되는 것 같아요
엄마는 누구보다 저를 사랑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고
그리고 또 걱정들도 많이 하시거든요
(걱정하실 때면 이상하게 잔소리가 많아지네요!)
엄마의 신기한 안경에는 그러한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 볼 수도 없는 엄마의 신기한 안경
그 힘은 정말로 어마어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