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버린 너에게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또 조용했었다.
다름없는 아침에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평소처럼 시끄러운 알람을 끈다.
반갑지도 않은 지루한 오늘이 시작해버렸다.
성실하게 잘 깬 자신을 미워하며 조금이라도 반항하려고 폰을 연다.
이렇게 그저 지나가야 했던 날에 너는
내 곁을 떠났다. 별이 되었다.
“안녕. 잘 지내니?
네가 없는 이 세상에 이제야 좀 적응하고 있어 나는.
있지 네가 떠난 그날부터 난 많이 힘들었거든. 제일 아팠던 거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던 거. 사람 하나 잃었는데 내 세상은 무너졌는데도 다 변함없이 돌아 있었더라. 그게 너무 아팠어.
많이 울어버린 나를 보고 있었나. 그때 너 표정은 상상하기가 쉽네. 다정한 너였으니까.
많이 보고 싶다. 아주 많이.”
너를 잃어버린 후 하나 깨달았다. 너는 내 옆을 떠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너는 제자리에 그저 돌아갔을 뿐이었다.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보면 다 같은 곳이었다.
사람은 어디에 떠날까, 생각해 보면 다 똑같을 것 같다.
사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다시 만나자”
그 말의 진실은 나는 여전히 알 수가 없지만 믿고 싶어졌다. 슬픔에 닫힌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하기 보다 더 성실하게 진지하게.
“있잖아. 나를 살려줬던 거는 너였어.
죽고 싶었던 내 손을 끝까지 놓지 않고 다시 숨 쉬게 해줬던 너.
고마웠어. 이제야 전하네. 정말 이제 와서…
너는 언제나 내 옆에 있는 줄 착각했나 보다. 내 일상 속에 어김없는 따뜻한 빛이었으니.
내가 왜 네 손을 놓쳤을까. 애초에 잡아주지도 않았나.
내가 왜 너를 안아주지 못했을까. 왜 살려주지 못했나. 왜.
미안해. 혼자 두고.”
후회했다. 아무것도 못했던 내가 밉고 그렇다고 울기만 하는 내가 여전하고 또 싫었다.
죄책감을 맛보기에는 너무 어렸으니 도망치려고 했다.
너를 잊고 살아가야 했었다. 그러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너를 안 잊으려 노력했다. 일부러 너만 바라본다.
어렸을 때 읽었던 책 대사 속에 그런 말이 있었다.
“네가 잊으면 그 사람은 두 번 죽는 거야. 죽이는 거야.”
어려웠다. 확실히 나는 하나지만 머릿속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복잡했었다.
보고 싶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은 공부처럼 지식처럼 애써 기억나려고 하기에는 너무 따뜻했던 거.
함께했다는 감정 그리고 느낌을,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세상에서 녹아 갔던 거.
그게 문득 “보고 싶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거.
사람마다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내 편지도 얼마 안 남았어.
마지막 인사네.
잘 지내고 있어라. 행복해야 돼. 아프지 마.
다 너한테 직접 전해주고 싶었던 말들이야.
보고 싶을 거야. 앞으로도 계속 많이 보고 싶어질 거야.
그러니까 우리 다시 보자. 안녕.”
많이 울을 거다. 많이 그리워할 거다.
깊은 생각에 빠지면 너가 있는 곳으로 떠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많이 아플 거다. 많이 후회할 거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포기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너를 담아서 살아갈 거다.
세키구치 아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