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바람

문영애

바람이 분다
이 세상 어느 곳에나 부는 바람
유독 나에게만큼은
거칠고 매서운 바람이었다
외로움과 쓸쓸함에 힘겨워하며 홀로 맞았던 바람

삶의 끝에 슬픔이 맺힐지언정
그곳으로 가는 길에 희망은 있어야지
늘 보듬어 주던 그리운 친구
황혼의 길 서로 의지하지 못하게 된
소중한 내 벗이여

하루 같은 일 년이라
십이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대가 떠난 자리

장맛비 주룩주룩 내리는 유월
예순여덟 번째 생일 축하 못 해 주건만
애달픈 내 꿈속에 가끔 찾아와 주니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
고맙고 반갑구나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처음 만나
사십사 년을 함께했으니
지난날 그 시절이
보물 같은 추억이 되었네

사랑하는 친구야
그대가 남긴 포근한 자리에서
자랑스러운 엄마의 뜻을 이룬
자식들의 웃음 비친 얼굴

딸은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꿈을 펼치고
두 아들은 장가가서 아이도 태어났으니
파란색 하늘 저 구름 위에서
따사로운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겠구나
할머니가 된 다정한 내 친구

바람이 분다
이 세상 어느 곳에나 부는 바람
이제는 환히 웃으면서
황혼의 길을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내 등 밀어주니 든든하구나

바람이 느껴진다
함께 맞는 희망의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