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노래

임순월

재봉틀 따르르
할아버지 흥흥흥…

재봉틀 소리를 반주로
저절로 흘러나오는 할아버지의 제주소리
표준어도 아니
한다하는 민요도 아니
타향살이에 뿌리박힌 즉흥

아들 딸도 못 알아듣는 단어들
그런데 그 가락은 너무 그리워
어색한 일본말을 조롱당하던
입 무거운 할아버지가
이때만은 흥에 취해 노래한다
얼씨구 좋다!
어린 손자가 덩실 춤을 춘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마름질 바느질 재봉틀질 다리미질
고되단 말해도 어쩔 수가 없다고
계속계속 떠도는 할아버지의 창에
아들은 이름 지었다
끝나지 않는 노래라

세월은 흘러
외투 만드는 내직은 내리막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잠잠하고
그 때
번득 손자의 소원
어렴풋이 귀에 익은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
손자는 홀로 길을 떠난다
할아버지의 끝나지 않는 노래를 찾으러
제주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