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이란 무엇인가?
푹신푹신 계란말이. 문어 모양 비엔나 소시지. 귀여운 사과 토끼. 김으로 겉을 감싼 오니기리(삼각김밥). 직접 싼 도시락을 받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은 어떤 반찬이 들어있을까? 햄버그일까? 아니면 군만두일까?'라는 두근거림. 뚜껑을 열면 눈에 들어오는 알록달록 예쁜 반찬.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따뜻한 가정적인 맛. 도시락은 배고픔을 채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다.
내 도시락에 대한 가장 오래된 추억은 어린 시절 가족끼리 전철을 타고 여행했을 때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이다. 오니기리와 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싸주신 도시락.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오니기리는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할머니 손에는 특별한 조미료가 나오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속 재료(참치, 연어 등)를 넣어주셨기 때문에 더욱 맛있게 느껴진 것 같다. 나는 아직도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오니기리보다 맛있는 오니기리를 만들지 못한다. 전철 안에서 가족끼리 다 같이 도시락을 먹었던 그리운 기억과 여행을 떠날 때의 즐거움과 설렘. 도시락을 먹으면 행복한 기분이 되는 것은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것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아.
학창 시절 점심시간에 친구끼리 서로 무슨 반찬을 싸 왔는지 구경하고 반찬을 바꿔 먹기도 했다. 내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어머님이 몸이 좀 약하셔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내 도시락은 매일 아버님이 싸 주셨다. 아버님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을 위해서 도시락 세 개를 준비해 주셨다. 냉동식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맛이 있고 무엇보다 매일 빠짐없이 싸 주시는 것이 고마웠다. 솔직히 친구 어머님들이 직접 싼 예쁜 도시락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나는 아버님이 싸 주신 도시락이 자랑스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부모님 세대는 남자가 요리하는 것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아버님이 도시락을 싸는 것은 더욱 특이한 일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도시락 남자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요리를 즐기는 남자도 많다. 내 아버님은 그 선구자 셨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 후 취직한 회사에 구내식당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 다니게 되었다. 내가 싼 도시락도 나쁘지 않은데, 당연하게도 '오늘 도시락 메뉴가 무엇일까?'라는 설렘은 없었다. 마음에 드는 반찬만 마음껏 담을 수 있을 텐데, 무엇인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특히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었을 때는 집안일을 할 체력이 없고 파스타 면 삶은 것만 도시락통에 담고 시판 파스타 소스를 같이 가져가서 직장에서 비벼 먹거나 했다. 그때 내가 만들었던 것은 그냥 배고픔을 채우기만 위한 도시락이었다.
그런 나도 결혼을 했고, 이제는 내 남편이 매일같이 나를 위해 도시락을 싸 준다. 감사하게도 내 곁에는 왠지 모르게 도시락 남자가 항상 있다. 남편이 도시락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설거지 등 뒤치다꺼리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요리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 어떤 반찬을 준비하고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회사에서 도시락을 언박싱하는 기쁨을 위해서 보지 않도록 한다. 가끔은 남편이 막 싼 도시락을, 예쁘게 쌌다고 자랑스럽게 보여줄 때도 있는데 그건 그걸로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도시락을 둘러싼 내 추억이나 생각을 여기까지 써왔는데, 도시락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뚜껑을 열 때까지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보물 상자 같기도 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먹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한다. 보통 애정을 담아서 도시락을 싸지만, 싸우고 난 다음 날에는 반찬 없이 밥만 들어있는 도시락을 싸서 '나는 아직도 화가 안 풀린다'라는 것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것이 도시락의 재미있는 점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도시락을 쌀 시간이 없는 사람도 많겠지만, 가끔은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애정 도시락을 싸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도시락 이야기만 하다 보니 배가 고프다. 오늘 내 도시락 반찬은 과연 무엇일까?
고바야시 사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