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요시다 에리

사월은 올해도
맑은 강물을 가는 송어처럼
조용히 다가왔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벚나물 보는 사람도 없어

칠월은 올해도
노란 자전거 타는 소년처럼
가볍게 달려오는데
우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우리는 오늘도
아무 의견이 없는 인형처럼
말없이 눈을 감는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겨울은 올해도
밤하늘색 두꺼운 벨벳처럼
부드럽게 뒤덮여
우리는 따뜻한 꿈을 꾸는지
아니면 차갑게 숨이 막혀가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2020년 3월 31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천장관 323호에서
개강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