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과 나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클래식이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이 흐르는 환경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 만난 음악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이 되면 음악 수업을 전문 선생님께 받을 수 있게 했다. 우리 음악 선생님은 스즈키 선생님이라고 몸도 목소리도 큰 남자 분이었다. 스즈키 선생님은 음악 수업 끝에 반드시 클래식 음악 한 곡을 들려 주셨다. 선생님은 선반에서 신중하게 레코드 한 장을 골라 마치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부드럽게 레코드 플레이어 위에 올려 놓으셨다. 턴테이블 위에서 조용히 춤추는 레코드. 레코드의 홈에 바늘이 닿으면 칙칙 하는 소리가 나면서 얼마 후 곡이 시작됐다. 그 고요한 몇 초 동안 오늘은 어떤 곡을 듣게 될지 아주 두근두근했던 것이 기억난다. 레코드에서 흐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여러 가지 악기의 음색이 겹쳐진 아름다운 선율을 들고 있으면 시대를 뛰어넘어 곡이 쓰여졌던 세계로 마음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되고는 했다.

  어른이 된 나는 클래식 곡을 직접 연주하고 싶어서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학생 때 음악 성적이 좋았고 리코더를 특히 잘 불었던 나는 옆으로 부는 피리의 한 종류인 플루트도 쉽게 마스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플루트는 꽤 엄청난 악기였다. 막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아무리 불어도 좀처럼 소리가 나지 않았다.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플루트도 완고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숨이 찰 정도로 불다가 뇌진탕을 일으킨 적도 있다. 마침내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기뻤지만, 이번에는 숨의 속도로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플루트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슬림한 체형의 반짝반짝 은빛으로 빛나지만 아주 섬세한 성격이라서 잘 다루기까지 많이 고생했다. 그런 플루트와 수 년 동안 사귀면서 이제는 서로의 성격도 잘 아는 사이 좋은 친구가 된 것 같다. 지금은 아름다운 음색으로 나의 연주에 응답해 주게 됐다.

  현재 나는 플루트 선생님의 소개로 몇 년 전부터 오케스트라 악단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악단 연습은 힘들지만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나 트럼펫 등의 관악기와 함께 여러 나라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동료들과 한 곡 한 곡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아주 즐겁다. 어렸을 때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내 마음이 음악 세계로 여행을 떠났던 것처럼 언젠가 내 플루트 연주를 들은 누군가의 마음이 음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 "음악의 길은 녹록하지 않다"고 찡그린 얼굴을 한 베토벤 씨에게 혼날 지도 모르겠지만…

가토 야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