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의 추억
봄이 되면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에 온다. 한 한국사람이 "일본에도 벚나무가 있구나"라고 했다.
한편, 한 여름 한국을 여행했을 때, 호텔 정원에 무궁화가 피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무궁화를 본 딸은 아주 놀랐다. "어머, 한국에도 무궁화 나무가 있구나". 나도 딸도 무궁화가 한국의 국화인 줄 몰랐던 거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다. 서로를 오가는 관광객도 많다. 하지만, 사실은 서로에 대해서 의외로 잘 모른다.
벚꽃도 무궁화도, 예로부터 한국과 일본에 둘 다 있는 꽃들이다. 어느 한 나라에서만 피는 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벚꽃이 한국의 국화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고, 무궁화가 일본의 국화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꽃을 사랑하는 사고방식에 두 나라 간에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일본인들은 벚꽃의 연약함, 덧없음에 이끌려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꽃으로 삼았다. 한편 한국인들은 무궁화의 생명력, 씩씩함에 이끌려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꽃으로 삼지 않았을까.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 소중히 지키고 싶은 것, 자랑하고 싶은 것 --- 두 나라의 다른 점과 같은 점, 둘 다 참 재미있다.
즐거운 듯이 SNS에 올릴 무궁화 사진을 찍는 딸의 웃는 모습에, 문득 10여 년 전의 한 여름날이 떠오른다. 어린 딸에게 입힐 첫 유카타를 맞추러 간 포목점. 벚꽃과 동백, 나팔꽃, 매화, 수국 등 다양한 디자인의 원단을 앞에 두고 「이게 좋아!」라고 눈을 반짝이며 딸이 가리킨 것은, 바로 무궁화 그림의 원단이었다. 무엇이든 결단이 빠르고, 자신의 "좋아" 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딸의 성격은, 그 무렵 이미 완성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딸은 완성된 무궁화 무늬 유카타를 더할 나위 없이 사랑했다. 축제날도 아닌데 맨날 유카타를 입고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떼를 써서 애를 태운 것은 둘째 치고, 이웃집에 유카타 차림을 선보이러 나가는 놀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 실제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셨고, 우리 딸의 방문을 기대하며 기다려 주신 분도 계셨다. "따님은 솔직하고 힘이 넘쳐요. 얼굴을 보면, 우리도 덩달아 힘이 나고 건강해져. 고마워" "유카타 차림으로 노래도 불러주고 춤도 보여 주고, 귀엽네. 꼭 다시 놀러 와!」라고 이웃분들께 응원 메시지를 받은 일도 적지 않다.
무궁화 꽃처럼, 늠름하고 곧게. 그리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정겨운 사람으로 자란 딸은 내년 봄, '함께 있으면 안심할 수 있는, 의젓한 자작나무 같은 사람' 품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다가서는 것이니 어려움도 있겠지만, 씩씩하고 유연하게.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행복하고 웃음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이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생겼을 때는, 그 무궁화 유카타가 등장할 차례다. 남자 아이라면 남자아이 용 옷으로 고치면 되고, 여자 아이라면 그대로 입히거나 아니면 조금 손질해서 유카타 드레스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성질 급한 이 할머니가, 이것저것 여러 옷 리폼 책을 주문하며 설렘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아직 비밀이다. "이 유카타, 아직 가지고 있었어!?"라고 놀라는 우리 딸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도, 참으로 즐겁다.
히라테 아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