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도서 : 아몬드

  선윤재는 감정이 얼굴에 나오지 않는 아이였다. 아니, 감정 그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윤재가 흥미를 가지는 것이 책이었다.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 윤재에게 책은 세계를 보여 주는 창의 역할을 했다.

  윤재는 어머니가 하고 있던 고서점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 오후에만 서점을 열 수 없고 점점 손님도 줄어들었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 날이 계속되어 서점을 닫아야 했다. 서점의 고서를 정리하고 있을 때 윤재는 생각했다. “갑자기,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켜졌다. 행간을 알고 싶다. 작가들이 쓴 문장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깊은 이야기를 하고 사람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윤재는 다른 사람을 더 알고 싶었다. 그것은 책 뿐만 아니라 고니 그리고 윤재가 처음으로 좋아한 도라의 덕분이었다고 한다. 윤재의 말은 이 책 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고니는 또 다른 괴물이다. 하지만 윤재에게 고니는 가장 간단하고 가장 투명했다. 고니가 뭘 해도 저항하지 않는 윤재가 고니는 이상했다. 윤재의 편도체가 보통보다 작은 것을 알았다. 그 이후 고니가 윤재 주변에 나타났다. 고니도 자신처럼 조금 별난 사람을 더 알고 싶었다.

  고니가 철사에 갔다. 그것을 들은 윤재는 혼자서 철사가 있는 곳에 갔다. 고니를 되찾으려고. 철사에게 당한 윤재를 감싸면서 철사를 찔렀다. 고니에게 안긴 윤재는 “느낀다.”라고 말한다. “무의식으로 목소리가 나왔다. 그 느낌의 이름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외로움인지 고통인지, 혹은 공포였는지 기쁨이었는지, 나에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뭔가를 느꼈다.” 이 말이 이 책 안에서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말이다.

  도라는 바람처럼 윤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항상 순식간에 달려 갔다. 사람의 감정을 모르는 윤재에게 소녀의 감정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가온 덕분에 윤재의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 그것을 도라가 지적해서 자기 몸이 반응했다. 도라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윤재의 감정은 움직였다. 윤재가 말했다.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 내 머리를 쳤다. 아. 내가 짧게 목소리를 올렸다. 따끔했다. 갑자기 가슴에 무거운 돌이 하나 뛰어들어왔다. 쿵하고 무겁고 기분이 나쁜 돌이.” 여기 윤재의 말이 이 책 안에서 내가 세 번째로 좋아하는 말이다.

  윤재는 책 덕분에 외부 세계를 알고 고니 덕분에 사람의 마음을 알고 도라 덕분에 몸이 마음을 앞지르는 것을 알았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몰랐던 윤재가 점점 마음을 알게 되어 가는 것에 감동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바뀌어 가는 것을 알았다. 몸이 마음을 끌어올리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감정을 아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그렇게 강하게 생각했다.

하야시 요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