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도서 : 82년생 김지영
82 년생 김지영.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소리 지르자.
김지영씨에게 처음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9 월 8 일이다.
김지영씨는 어깨를 들썩이며 식탁으로 돌아오자 이렇게 말했다.
“왜 그래? 너 장모님 쏙 빼 닮았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의 인격이 옮겨 붙은 듯한 김지영. 그녀의 탄생부터 학창시절·수험·결혼·육아를 통해 만나는 고뇌·곤란·차별을 상담 진료 기록 카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진료 카드이긴 하지만 처방전은 없다.
소설 속 김지영 어머니 세대 생활 방식에서 시작된다.
지방 농가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서울의 방적 공장에서 일했고 그 곳에서 번 돈은 형제들의 학비로 쓰였고 딸들은 남자 형제를 떠받치는 게 당연했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 어머니와 같다. 큰아들인 아버지, 일곱 남매들, 시부모님 대가족 농가에 시집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농사·식사·그리고 육아와 내 몸을 돌볼 틈도 없이 일했던 우리 어머니의 모습과 같았다. 하지만 육아에는 열심이었고 강했다.
'82 년생 김지영'을 읽다 보면 '악!'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풀네임 나와 있다. 김지영, 김은영(언니), 차승연(대학 선배), 남자는 남편 정대현만 풀네임이고 아빠 동생도 이름이 없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의 어머니라는 한국 여성을 늘 주연의 존재였다고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남자 낳기를 원했고 지영 어머니가 "딸을 낳아 미안하다"며 장모님께 사과하는 장면은 놀라웠다. 유교의 영향도 있고 가부장적 사회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혹독한 입시공부 치열한 취업전쟁을 뚫고 취업해도 불합리한 직장생활 커리어우먼으로 활약하다가 결혼하고 출산하면 육아 문제에 부딪히는 현실. 그것이 한국의 출산율이 0.8 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은 여성이 사회활동과 육아를 양립하지 못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그 원인을 남편인 남성과 육아에 대해 철저히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또 회사와 정부가 여성이 보다 일하기 쉽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방법이나 정책을 강구해 가지 않으면 저출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5 년부터 일어난 여성운동이 페미니즘 그리고 Me TOO 운동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 등장한 '82 년생 김지영'은 그야말로 시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 소설이 됐다. 독서 층 중심인 이삼십 대 여성들은 힘을 담아 "이건 바로 제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많은 여성들의 공감과 감동을 얻었을 것이다. 60 대인 나도 큰 공감과 감동을 얻었다.
이 소설이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읽히는 것을 보면 김지영씨의 경험이 한국 특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차별은 세계 어디에나 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느끼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여성차별은 큰 문제다. 의대에서 수험생 점수를 조정해 여성 합격자를 억제했다가 발각됐다. 나는 사회에 만연하는 부정·불평등이 얼마나 많은지 실망했다. 나도 이런 사회 구조에 눈을 돌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
구로키 스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