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도서 : 82년생 김지영
소설 밖의 세상을 돌아보니
제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한국에서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저에게 이 책이 어떤 이유에서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는 이 책의 주제가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남녀 간의 격차 문제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읽다 보니 주인공 여성을 축으로 묘사되는 한국 사회의 남녀 간의 불평등과 차별 실태에 놀라게 됐고, 이런 불합리한 일이 과장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더욱 놀랐습니다. 또 읽고 나서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땠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기혼자이고 아이는 없습니다. 약간 남성 우위의 직장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이기는 하지만 괴롭거나 슬펐던 적은 다행히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여성이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은 아주 행운인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이 책을 읽은 뒤 비로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좀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일들은 있는 것 같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저출산은 큰 사회 문제고 일반적으로 그것을 화제로 삼아서 이야기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의견은 존중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화제를 다룰 때 출산의 경험이 없는 여성이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이 생긴다면 이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닐까요?
작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이 인정을 받았지만, 금메달 3관왕을 차지한 여성 선수는 짧은 커트 머리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무의식적인 편견이 남녀 간만의 차별이 아니라 여러 차별을 낳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이제까지 당연시해 온 기존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개인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는 시대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습니다. 큰 소리로 호소하기에는 꺼려질 수 있는 이런 주제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것은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겠지요. 다양한 가치관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접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은 상호 이해로 이어져, 사회에 던져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여성들이 살기 힘든 현실이 그려져 있었는데, 최근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불공평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표면적이고 단순한 문제에서 그치지 말고 함께 더 깊이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대적 변화의 국면에서 큰 질문을 던져 준 이 책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은 작금의 한류 붐으로 인해 일본어로 번역되는 한국 서적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선진국 중에서 젠더 격차가 큰 아시아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서적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며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살기 좋은 환경에서 긍정적인 성장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바라고 있습니다.
가토 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