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도서 : 아몬드

아몬드 이펙트

  “아몬드...?” 내가 이 책과 처음에 만났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이 책은 아주 유명해서 원래 알고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제목이 은근히 재미있어서 한번 읽어 보기로 했다. 나와 아몬드의 만남은 이렇게 단순했지만 이 책의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이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주인공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어느 때 무차별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데 그것을 계기로 많은 만남과 사건이 일어나고 변해가는 윤재와 등장인물들을 그린 이야기다.

  내가 아몬드를 읽고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첫째로 혼자가 되어 버린 윤재가 ‘폰과 대화하기’ 라는 앱으로 정상적인 게 어떤 것인지 물었을 때 남들과 비슷한 것이라고 답장이 와서 “남들과 비슷하다는 건 뭘까. 사람들은 다 다른데 누굴 기준으로 잡지?” 라고 윤재가 대답하는 장면이다. 나는 이 윤재가 보낸 메시지에 깊게 공감했고 남들은 다 달라서 개개인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둘째로 브룩 실즈의 최근 사진을 보고 옛날과 전혀 다른 브룩 실즈의 모습에 엄청 충격을 받은 곤이가 윤재에게 “운명과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아름다운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했고 또 삶의 덧없음을 느꼈다.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사실 사진을 보고 곤이가 운명과 시간의 이야기를 할 때까지 이틀이 지나고 있었는데, 그 이틀 동안 곤이가 그때까지 자신의 삶을 충분히 되돌아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유치하고 난폭하던 곤이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도 이 장면이 기억에 남은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도 있다. 윤재가 어렸을 때부터 윤재의 엄마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윤재에게 여러 “교육”을 했는데 엄마가 너무나 열심히 함으로 인해 윤재 같은 아이가 냉엄한 한국사회에서 살아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통감했고 그것에 관한 사회문제도 깨달았다. 또한 엄마의 “튀지 말아야 돼. 그것만 해도 본전이야.”라는 말이나, “침묵은 과연 금이었다.”등, 표현을 바꾸면서 여러 장면에서 정상이 아니면 안 된다는 한국사회의 구도가 간접적으로 적혀 있어서 그런 면에서 배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최애 장면을 소개한다. 이 장면에서 윤재는 도라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인데, 묘사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문장과 장면이다. 그리고 윤재의 마음에 큰 변화와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장면이다.   내가 생각하는 아몬드의 최고 매력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문장 속에도 사회문제나 캐릭터의 인물상, 심정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이 책이지만 문장 속에 숨어 있는 그런 정보를 찾으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때로는 고통, 죄책감, 아픔을. 때로는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 주는 이 책은 당신의 아몬드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우에우치 리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