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도서 : 아몬드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보통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윤재하고 곤이. 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고,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둘이는 특별한 아이인 동시에, 우리는 누구나 두 사람과 같은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느끼지 않는 척, 보지 않는 척, 모르는 척을 하고 있지 않을까. 무차별 살상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저 지켜보고만 있던 사람들처럼. 전쟁에 관한 뉴스를 본 후 미소짓는 심 박사님처럼.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공포를 느끼면서 보지 않는 척을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 공감한다고 말하면서도, 보고 보지 않는 척을 하는 것이 보통사람이 할 일인가?그렇다면 보통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렸을 때, 나도 괴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분명 아이는 누구나 부모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괴물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귀여운 괴물.
사실 나는 어렸을 때 낯가림이 너무 심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 (특히 같은 나이의 아이들) 앞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유치원에서도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초등학생이 되더라도, 나의 이야기 상대는 담임의 선생님뿐이었다. 그 무렵 어깨를 실룩거리는 틱 장애 증상이 나왔다. 어느 날, 나는 어머님이“담임 선생님이 ‘틱 장애 증상이 나왔는데 뭔가 가정에 문제가 없나요?’라고 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아버님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내 어머님도 윤재의 어머님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 딸은 보통 아이가 아닐까? 그냥 보통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윤재가 곤이를 만난 것처럼 나에게도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왔다. 그 잊을 수 없는 날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새 학년이 되어 새로운 학급으로 환경이 바뀌고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나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준 소녀. 그녀는“쇼코짱”이라는 예쁜 이름이었다. 나에게도 첫 친구가 생겼다는 말이다. 그 날을 경계로, 친구가 하나둘씩 생기면서 그 수는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어느새 틱 장애도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그로부터 나는 사교적인 성격이 되었다. 최근 친해진 사람은 내가 어린 시절에, 낯가림쟁이었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외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으로 배우고 한국으로 유학을 가기도 했다.

  윤재도 곤이도 나도 변하는 계기는 사랑이었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 친구로부터 받은 사랑. 특히 비슷한 연령의 친구로부터 받는 영향은, 아이에게 있어서 매우 큰 것 같다. 앞으로 윤재와 곤이는 어떻게 될까? 분명 둘이라면 미래를 열어 갈 것이다. 나는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책을 닫았다.

고바야시 사토미